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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2017년 1월 1일 화성행궁 신풍루

 

 

2017년 00시 41분. 

올해 처음 찍은 사진이다. 일 때문에 DSLR로는 자정이 되기 전부터 계속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그런 사진 말고. 그냥 내가 찍고 싶어서 찍은 사진으로는 올해 첫 사진이다. 

핸드폰으로 찍었지만 말이다. 

 

 

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신풍루 앞에 앉아 있다가 야경이 마음에 들어 찍어봤다. 처음보는 야경도 아니였고

아까부터도 계속 야경을 뽐내고 있던 신풍루인데, 그냥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일을 다 마쳐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인지 사진까지 찍었다.

 

신풍루 앞에서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새해가 된 것을 기념하며 페북에 뭘 올리려는지

익살스러운 자세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러웠다. 새해가 된 것을 새해 답게 즐기는 모습이.

 

난 일 때문에 늘 새해가 되면 이렇게 밖에서 새해 새 아침을 맞는다.

그놈의 제야의 종 타종 때문에...

덕분에 제야의 종 타종 소리는 늘 듣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평범하게 가족들과 보내고 싶다.

 

어느 새, 마흔이다.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불혹. 정말 그럴까? 난 아닌 것 같은데...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진짜 아침이 밝은 뒤에는 다시 또 일상에 치인 덕분에

새해 일출은 커녕 새해 한 낮의 해도 보지 못 하고 새해 첫 날을 넘겼다.

소원이나 계획을 세울세도 없이.

 

무덤덤하게 시작한 2017년 그리고 나의 마흔.

부디 별 탈없이 무덤덤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무덤덤함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