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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의왕시청 벚꽃 축제


의왕시 벚꽃 축제

멀리 떠나지 않고, 집 앞에서 즐기는 벚꽃의 여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라는 별명이 붙은 꽃. 어려서는 보통 봄의 전령사라고 하면 개나리를 많이 떠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봄의 전령사'가 벚꽃이 되었네요. 벚꽃이 피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흘러 나오면 정말 봄이구나 싶어지죠. 이제는 벚꽃도 다 지고, 초록의 잎만 남았지만 아직 봄인가 싶을 정도로 아침 저녁에는 조금 쌀쌀하네요. 옷을 챙겨입기 참 애매한 요즘 날씨입니다. 


작년에는 벚꽃을 본다고 여의도도 가고, 집앞의 벚꽃들도 여유있게 보고 그랬는데 올해는 뭐가 바쁜지 버스나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벚꽃이 전부네요. 제대로 '감상'은 하지 못 하고 그저 '보기만'한 것 같아요. 좀... 억울하네요 ㅠㅠ


요즘 어지간한 곳에는 다 벚꽃 명소가 있고, 벚꽃이 만개할 시기에 맞춰 각양각색의 벚꽃 축제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의왕시에서도 시청 앞 청사를 개방하고 벚꽃 축제를 매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축제가 끝나도 4월 말까지는 청사를 개방하면서 벚꽃의 여운을 즐기도록 하고 있죠. 의왕시청 벚꽃축제는 야간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 가면 더 이쁘다는데, 야간에는 한 번도 못 가봤네요. 






바빠서 벚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서 지난 번에 의왕시청 벚꽃축제 때 갔다왔어요.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나온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도 여의도나 남산 뭐 이런 곳들보다는 한적하게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오다가다 마주치는 분들도 다 의왕 시민들이다보니 '우리 이웃들은 이런 분들이구나'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요. 


의왕시청 벚꽃축제는 크게 두 가지만 보면 다 봤다고 할 수 있어요. 하나는 맨 위의 사진과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키큰 벚꽃 나무들이 하늘을 뒤덮고 만든 '벚꽃 터널'. 이걸 뭐라고 이름져야 하나 궁금했는데, 어느 글에선가 보았네요.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바로, 요 동산입니다. 잔디 동산 주변에 벚꽃이 가득 피어서 편안히 앉아서 벚꽃을 구경하기 좋은 곳입니다. 처음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쉬시는 분들이 많더니, 캠핑 열풍이 불고 나서는 아예 이 곳에 텐트를 치고 쉬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은 햇볕도 피하고 괜찮겠다...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텐트가 너무 많아져서 복잡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 속 동산은 애칭이 하나 있습니다. '텔레토비 동산'인데요, 텔레토비에 나오는 동산하고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가 봅니다. 의왕시청 텔레토비 동산은 시청 입구 좌우에 있는데요, 양쪽이 모두 텔레토비 동산인지 한 쪽만 텔레토비 동산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이곳을 텔레토비 동산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시청 앞 동산이 애칭까지 있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건, 뭐니뭐니해도 이런 공간이 있어서 좋은 건 역시 아이들입니다. 요즘 층간 소음 때문에 집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물만난 고기처럼 이곳에서는 신나게 뛰어 놉니다. 어찌나 활짝 웃으면서 뛰어 다니는지 저도 같이 뛰고 싶었지만, 관절 건강을 생각해서 참았습니다^^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데, 음악 소리가 나서 가보니 공연을 하고 있더군요. 의왕시청 벚꽃축제는 토,일 이틀동안 했는데, 첫날은 시민들 노래자랑이랑 초대가수들도 오고 지역의 여러 문화단체 공연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간날은 둘째 날이었는데 이날은 대규모 공연 보다는 벚꽃 축제 곳곳에서 소규모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소규모라고 해도 벚꽃의 아늑한 분위가랑 잘 어울리면서 편안하게 즐기기 더 좋았습니다. 가수 분들도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하니까 더 열심히 불러주시는 것 같았구요. 위의 두 번째 사진에 있는 젊은 남녀가수들 정말 열심히 부르던데, 이름을 모르겠네요. 암튼, 덕분에 신나는 공연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밴드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노래 실력이 아마추어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음악이 연주되고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눈과 귀가 휙 쏠리더군요. 





전국에 벚꽃으로 이름난 명소들이 많습니다. 봄이면 왠지 진해에는 한 번 가야 할 것 같고, 하다못해 여의도 윤중로는 가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죠. 그렇지만 이렇게 지역에서 하는 작은 벚꽃 축제에도 매년 많은 분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시간을 내서 멀리 떠나기 어려운 이유도 있고,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분들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의왕시청 벚꽃축제에도 젊은 연인들보다는 꼬마 아이들과 함께 나온 엄마,아빠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에게 벚꽃축제 한 쪽에 마련된 각종 체험코너는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벚꽃보다 이런 체험이 더 좋은지, 열심히 그리고 바르고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체험에 푹 빠져 있을 때 살짝 사진 한 장 찍어주면서 한 숨 돌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예쁜 벚꽃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체험 코너도 있으니 가족들이 와서 즐기기에는 대규모 벚꽃 축제나 명소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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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찍다보니 찍힌 벚꽃 사진 몇 장입니다. 벚꽃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꽃이 다 지고나니 괜히 또 보고 싶네요. 이젠 어디서 볼 수 없겠죠? 내년을 기다려야죠^^


벚꽃은 지고 없지만 봄은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새해가 시작된지 이미 네달이 지났지만 봄이 시작되는 지금이 2015년의 시작인 기분도 듭니다. 아름다운 벚꽃과 시작한 올봄은.... 어딘가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까요? 강남갔던 제비가 좋은 소식 하나 물고 오면 좋으련만^^


의왕시청 벚꽃 야경을 못 본것이 아쉬웠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좀처럼 얼굴보기 힘든 이웃들 얼굴도 보고, 시청 앞 동산이 마치 작은 마을처럼 느껴져 우리가 함께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제 다시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끔, 인사없이 만나지만 문득 옷깃이라도 스치다보면 언젠간 인사도 하게 되고, 이야기도 나누게 되면서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텔레토비 동산에 가득한 시민들을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텐트까지 쳐져 있으니 정말 꼭 한 마을 같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