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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사랑채 노인복지관 실버카페 '인연' 그리고 나는 카페



 커피 한잔으로 우리 이웃의 꿈과 희망 나누기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바리스타'입니다. 커피 머신 앞에서 검은색이나 커피색 유니폼을 입고 커피를 내리면 누구나 모델처럼 보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바리스타 자격시험을 위해 준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험에 합격하고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게 되면 정말 행복하겠죠? 


제가 사는 의왕시 내손2동에는 조금 특별한 바리스타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기도했지만 이제는 지역마다 많이 확산되어 있는 '어르신 바리스타', '실버 바리스타'입니다. 



제가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한 어르신이 실버카페 '인연'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의왕시에는 두 곳의 노인복지관이 운영 중입니다. 하나는 고천동 의왕시청 인근 '아름채 노인복지관' , 다른 하나는 내손2동 공용청사의 '사랑채 노인복지관'입니다. 이름이 참 예쁘죠? 아름채~ 사랑채~ ^^


그리고 아름채와 사랑채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커피를 판매하며 카페를 운영 중입니다. 아름채에 있는 것은 가보지는 못 했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네요. 집 앞에 있는 사랑채 노인복지관의 실버 카페 '인연'은 오픈 할 때 한 번 가보고, 그 뒤로 가아끔 가봤습니다. 의왕시청 블로그에 보니 그 당시 모습을 소개한 글이 있네요. 



사랑채 노인복지관 실버카페 '인연' 문 열던 날




옆에서 찍어서 글씨 보기가 어렵지만, 잘 보이시죠? '인연'의 메뉴와 가격, 운영시간 입니다^^ 



최근에 다시 사랑채 노인복지관 실버카페 '인연'에 가보니 더치 커피도 생겼더군요. 저는 더치 커피를 좋아하는데, 일반 카페에서는 비싸서 항상 계산대 앞에서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인연'에서는 더치 커피가 한 잔에 1500원이었습니다. 이 돈이면 아마 편의점에서 조금 큰 캔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더치커피 가격과 메뉴는 요렇게 된다네요~ 담에 더치병으로 하나 사다 쟁여놔야 할 거 같습니다 ㅋ



사랑채 노인복지관 실버카페 '인연'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르신들의 자아 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어르신들이 독립적으로, 자립적으로 자신의 꿈과 일을 통해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 해주기 위해 마련된 곳인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맞는지 모르겠고, 그냥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계십니다. 미리 동의를 구하지 못해서 얼굴은 모자이크를... ^^;;; 



좋은 의미를 가진 카페지만, 사실 노인복지관 이용자가 아닌 이상, 그리고 '어르신'이라고 불릴 만한 나이가 아닌 젊은 사람들이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라 저만 그런가요? 실버 카페 인연에서 저렴한 가격에 커피도 사 먹고, 어르신들 일자리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싶지만.... 노인 복지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저는 좀 어렵습니다. 


왠지 거기 들어가면 "젊은 사람이 여기는 왜 와!"라고 누군가 혼낼 것만 같은... 그런 눈치가 보여서요. 그런데 아내는 저와 달리 전혀 신경쓰지 않더군요. 오히려 저에게 반문을 합니다. 


"뭐, 어때? 좋은 의미로 만들었는데 많이 이용해야지. 어르신들도 젊은 사람들 오면 좋아하지 않을까?"


듣고보니.. 그럴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도 영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연'에 갔을 때는 항상 아내와 함께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전 여기저기서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 뒷통수가 따가웠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거기 앉아서는 커피를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사랑채 노인 복지관 앞에는 아담한 녹지 공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인연'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마시기에도 딱 좋은 장소입니다.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기분이 제법 괜찮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사랑채 노인복지관 앞에는 요렇게 한적한 풍경과 벤치들이 여러곳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라떼맛이 괜찮네. 어르신들이 하셔서 그런지, 맛이 좀 일률적이 않아. 어느날은 커피가 많이 들어갔고, 어느 날은 우유가 많이 들어갔고."


아내의 말은 투덜거림이나 불평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사먹을 때는 또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어르신들이 커피를 내리는 솜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그런 의미를 담은 관심이었습니다. 커피 맛을 평하는 아내의 얼굴이 방긋 웃고 있었거든요. 



'인연'에서 구입한 커피입니다. 포장이 요란하지 않아 좋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의왕시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카페, '나는 카페'가 생겼습니다. '나는 카페'는 경기도와 한국마사회가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나는 카페의 '나는'은 I am 또는 fly의 의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카페'는 카페를 통해 장애인들이 자아를 찾고,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 참 잘 지었죠?


나는 카페 9호점, 의왕점이 지난 9월 18일 의왕시 여성회관 1층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날 개점식에는 경기도지사도 오고, 의왕시장도 오고, 경기도와 의왕시의 여러 내빈들이 왔습니다. 장애인들은 의왕시가 마련한 교육장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이제 '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서의 꿈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나는 카페' 의왕점입니다. 의왕시 여성회관에 있습니다



'나는 카페' 의왕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역시나 의왕시청 블로그에 잘 나와있네요. 


나는 카페 의왕점 개점식 (의왕e야기 포스팅) 


특히, 나는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기회 확충과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장애인들과 비교했을 때, 발달장애인들은 취업이 특히 어렵다고 합니다. 무엇을 하나 교육 시키려고 해도, 금방 잊기 때문에 몇 번씩 반복 교육을 해야한다고 하네요. 어렵게 취업을 해도 단순 업무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장애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 도전하고 싶은 꿈, 하고 싶은 일이 있을텐데 '장애'라는 불편 때문에 '꿈'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은 가슴 답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발달장애인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나는 카페'가 의왕에도 문을 열었으니 많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왕시 여성회관은 각종 행사도 많이 열리고, 여러가지 강좌 수강생들도 많이 찾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정말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장애인 한 분이 커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커피를 한 잔 타는 것입니다. 커피 한 잔쯤 먹고 일을 시작해야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습관일지도 모르지만, 밥을 먹고 나서도 커피를 찾고, 사람을 만날 때도 커피를 찾게 됩니다.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말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제는 물처럼 찾게 되는 커피 속에 실버카페 '인연'과 발달장애인의 '나는 카페'는 그분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 '인연'과 '나는 카페'에 가면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어르신들과 발달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 줄 수 있으니 1석 2조인 셈입니다. 


이들 카페에 가서 주문하기도 좀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함께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자주 들려봐야겠습니다. 근데 평일엔 5시 반까지만 하시니 갈 시간이 안 되고 주말에도 하시나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어디에 살고 계세요? 아마 지금 살고 계신 지역에도 어르신이나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하는 카페들이 있을 것 같네요. 이번 기회에 한 번 찾아가 보시고, 맛있는 커피도 마셔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조만간 실버카페 '인연'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네요. 아직은 좀 쑥스러우니 집사람이랑 같이 가야겠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