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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12월의 어느날 눈 내린 의왕시 내손2동

 

 

눈 내린 어느 날 아침, 내손2동 숨은 보물 찾기

 

 

 

 

 

불금이라고 어제 열심히 달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너무 더부룩하고 답답했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밖에 안 하는 성격인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문 밖을 나섰습니다.

 

우와~~ 아침에 눈이 내린 모양입니다. 온통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더군요. 그렇게 많이 온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이쁘게 눈이 내려 있었습니다. 

 

눈을 보고 얼른 뛰어 나갈까 싶다가 "눈도 왔는데 그냥 다시 잘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눈이 내린 동네의 모습이 궁금해서 밖으로 나섰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의왕시 내손2동입니다. 주변에는 내손초등학교와 학의천, 내손도서관, 내손2동 주민센터, 의왕시 사랑채 노인복지관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동네가 제법 살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동네의 경치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일은 별로 없습니다. 가끔 학의천에 나갈 때를 빼고는 말이지요.

 

그런데 눈이 내린 탓인지 평범하던 동네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마치 동화 속의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운동을 하러 나왔지만 어차피 눈 때문에 미끄러워서 제대로 운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열심히 구경이나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눈 오는 토요일 아침. 그리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의천으로 내려가는 순간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눈 위에는 수 많은 분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학의천에는 눈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분들이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면서 아침을 열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호회 분들도 있었는데, 눈 오는 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타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습니다. 다들 어쩌면 이리도 부지런하신지, 제 자신이 좀 부끄러웠습니다^^

 

 

 

 

 

 

좀 더 걷다보니 눈의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무심코 건너던 징검다리나 하천 곳곳에 놓여져 있는 돌들이 마치 하얀 바둑알이나 수제비처럼 보였습니다.

 

얇게 얼은 얼음 사이로 졸졸졸~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학의천 물소리는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듯 했습니다.

 

사진에 그 소리를 담아오고 싶었는데, 제 폰에는 그런 기능이 없어서... ^^ 이따 혹시 다시 나가게 되면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그 소리를 꼭 다시 담고 싶네요.

 

 

 

 

갈대인가요? 아님 억새인가? 혹시 정확한 이름을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아무튼 눈을 맞아 하얗게 변하고, 내린 눈을 고스란히 지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예뻐서 찍어 봤습니다. 찍을 때는 주변과 어울려서 하얀 것이 예뻐보였는데, 지금 보니...

 

연세가 드셔서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부모님 같네요. 아침은 드셨는지... 쩝. 이따 전화라도 드려야겠네요.

 

 

 

 

 

집에서 학의천으로 나오면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위에 사진은 청계동·백운호수 방향, 아래 사진은 안양·인덕원 방향입니다.

 

학의천은 물이 맑아 많은 철새들과 물 속 생물들이 살고 있고, 하천 주변에는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이웃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예전에 기자생활을 할 때 새벽에 마감을 마치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다고 꼭 이 곳에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한 학의천을 바라보며 캔 맥주 하나를 마시고는 했습니다. 안주는 새벽의 고요한 정적을 깨는 학의천 물소리면 충분했지요^^ 

 

동네에 하천이 하나 있는 게 이렇게 큰 기쁨인지 몰랐습니다. 우울할 때, 기분 좋을 때, 휴식이 필요할 때,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언제나 친구가 되어주네요.

 

보통의 토요일 아침이면 전 여전히 집에서 자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나선 아침 동네길에서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보고, 평소에는 잘 몰랐던 우리동네의 아름다움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리고 덕분에 이렇게 매우 오랜만에 일이 아닌 개인적인 포스팅도 할 수 있게 됐네요. 이번 주말 다들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아직 집에 계시다면 밖에 한번 나가보세요. 눈이 다 녹아버리기 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