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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2012년 가을, 혼자서 청계사에 오르던 날...

 

마음을 내려놓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기도 내 집이구나

 

 

 

 

 

지금은 해가 바뀌어 버렸지만, 2012년 가을 막바지 어느 날. 청계산에 올랐습니다. 아~ 청계산이 아니라 청계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인덕원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청계산 주차장까지 간 다음 그 곳에서부터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올라갔습니다.

 

아직 단풍이 남아 있어 제법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고, 공기도 선선한 것이 걸을만 했습니다. 평소에 워낙 운동을 안 하던 탓에 조금 오르다보니 지치기도 했지만, 몇일 전 온 비로(당시 기준) 계곡에는 제법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맑은 물을 보고 있으니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 같고, 괜시리 돌도 던져보고 물도 한 번 만져보고 그렇게 천천히 청계사에 올랐습니다.

 

청계사에 도착하자마자, 약수물로 일단 목을 적신 뒤 사찰 왼편에 있는 법당(시민선원을 하는 자리 같던데... 이름이... ㅡㅡ) 마루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요즘 가을을 타는지, 이런 저런 잡생각이 많던차에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하늘이 계속 저렇게 맑고 푸르렀는데 제가 모르고 살았던 것인지, 아니면 오늘 따라 맑고 파란 것인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파란 하늘과 가끔식 불어오는 가을 바람, 바람에 흔들려 경내에 울려퍼지는 풍경 소리(종 끝에 물고기 매달린 종...)에 빠져있다보니...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나 싶어지더군요. 

 

요즘따라 어디로 이사를 가고, 어떻게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도 빨리 낳아서 키워야 하는데, 아이는 어떻게 키우고, 그러려면 돈은 얼마나 들까.... 이런 현실적인 고민들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는데...

 

한 참 멍하니 앉아서 풍경소리를 들으며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니, 그까짓거 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당이 넓고, 푸른 잔디가 깔린 전원주택 같은 집에서 살고 싶은게 욕심인데, 법당 마루에 앉아서 청계사를 바라보니... 굳이 힘들게 그런 것들을 다 가질 필요가 있나 싶네요. 그냥, 이렇게 가끔 와서 보고 싶은 하늘 보고, 바람 쏘이면... 이게 다 제것이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청계사 앞에는 수려한 청계산이 펼쳐져 있고, 공기도 맑고, 풍경소리도 들려오니 이만한 전원주택을 어디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청계산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올라와야 하니 올라오는 동안 산책도 되고 운동도 되고... 부처님께서 이미 모든 것을 여기다 만들어 두셨는데, 내가 엉뚱한 곳에서 욕심을 부리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청계사가 집에서 먼 거리도 아니고, 이렇게 답답할 때 가끔 찾아주면 마음도 비우고, 건강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혹시 다른 고민들이 생길 때도 이렇게 찾아오면 하나, 둘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앞으로 종종 들려야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게으른 이 몸뚱이를 끌고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미 몇 달이 지난 뒤인데... 아직 못 가 봤습니다. ) 

 

청계사는 종교가 달라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고, 명상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울 수 있어서 들리기 좋은 곳 같습니다.  언젠가 청계동쪽에 하우현 성당을 찾아간 일이 있는데,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더군요. 날이 조금 풀리면 청계사랑 하우현 성당을 다시 한 번 들려봐야겠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엔 한 번 더 가보려고 하는데, 겨울 모습을 담아서 다시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

 

청계사 다녀 온 김에 청계사에 대해 살짝 정리해봤습니다. 자료는 청계사 홈페이지에서 구해왔습니다^^

 

 

 

 청계사

 

 

청계사는 언제 창건됐는지, 정확한 연도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봉은사의 사적을 기록한 문서에 보면, 청계사가 신라 때 창건됐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청계사에 있는 석등과 부도 일부가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돼 신라시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청계사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고려 말, 조선 초 청계사의 중요한 후원자였던 조인규와 그의 후손들이 1284년 청계사를 크게 중창했다고 합니다.

 

청계사는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꼽히는 경허선사가 출가한 사찰입니다. 1846년 전주 자동리 출생의 경허선사는 9살 되던해 청계사에서 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게 됩니다. 불교가 위태롭던 조선 후기에 불교의 선 수행을 중흥 시킨 분이 경허선사입니다.

 

또한, 청계사는 경허선사 외에도 만공, 금오, 월산 선사와 인연이 깊어 그 분들의 부도를 조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가 달라진 지금은 이런 유서 깊은 문화 유산을 통해 지역사회 역사문화교육의 산 현장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역시 청계사는 산 좋고, 물 좋고, 공기가 좋아서 많은 등산객들과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그래도, 산에 오르는 김에 들려서 역사공부도 함께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청계사에는 국가보물 제11호인 동종과 경기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135호인 목판이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살펴보면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