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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의왕시 내손동 떡복이 맛집 - 철이네 떡볶이



추억으로 양념해 더욱 맛있는 의왕시 내손동 철이네 떡볶이 




▲ 철이네 떡볶이집은 옛 내손도서관 근처 사거리에 있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입이  심심할 때,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다가 출출할 때,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못한데 배가 고를 때... 우리는 보통 이럴 때 떡볶이를 찾습니다.


의왕시 내손동에도 떡볶이하면 떠오르는 맛집이 있습니다. 옛 내손도서관이 있던 사거리에서 약국와 편의점이 있는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철이네 떡볶이'라는 분식집이 나옵니다.  파리바게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민방위 훈련장이 있는 곳에서 백운고 방향입니다.  


5년 전 처음 내손동으로 이사를 왔을 때, 떡볶이를 좋아하던 와이프 때문에 이 집, 저 집 다녀봤는데요 이 근방에서 '철이네 떡볶이'만한 집은 아직 찾지 못 했습니다. 연애시절부터 워낙 둘이 이집, 저집 떡볶이집을 다녀봤는데 '철이네 떡볶이'집은 다른 집이 생각나지 않을정도였습니다. 



▲ 너무 평범해 보이나요? 화려하진 않지만 맛은 좋답니다^^



이 집은 인테리어가 특별한 것도 메뉴가 다양한 것도 아니지만 이 집은 항상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철이네 떡볶이'는 떡볶이도 맛있지만 순대도 추천할만 합니다.  물론 튀김도 맛있습니다. 이 집에서는 이렇게 세 가지 메뉴와 오뎅, 삶은 계란만 판매합니다. 


떡볶이 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김밥도 판매하지 않고 기본적인 메뉴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맞은편에도 떡볶이집이 있는데, 철이네 떡볶이집에 비하면 사람이 쪼오금~~~ 적은 것 같습니다. 


철이네 떡볶이는 주변에 주택가를 끼고 있고, 인근에 상권도 형성돼 있습니다.  또, 인접한 곳에 내손도서관, 내손초등학교, 백운고등학교가 있어서 학생들도 많이 오가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이유 때문에 이 집이 손님이 많은 것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먹다가 생각나서 찍었더니 그릇이 좀 휑해보이네요 ㅋ 



그러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의왕시에 사는 한 직원에게 '철이네 떡볶이'집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네에 있는 떡볶이집인데 정말 맛있다고요. 그랬더니 이 직원이 이미 철이네 떡볶이집을 잘 알고 있다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골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이 친구가 내손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때도 이미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 때는 지금의 위치가 아니라 민방위 교육장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하셨다고 하네요. 이 집에서 김말이를 팔기 시작하면서 아이들한테 인기가 좋았고, 인근 떡볶이 집에서도 김말이를 팔기 시작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한 직원도 철이네 떡볶이를 잘 안다며 자신도 그 집 떡 볶이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인덕원에 사는 직원인데, 내손동과 가깝다보니 요즘도 가끔 들리는 모양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집이 정말 숨어있는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숨은 맛집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직원들과도 조금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벽에 가득한 메모들. 철이네 떡볶이에 대한 손님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매장 벽이나 포스트잇에 메모한 낙서는 분식집이나 카페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철이네 떡볶이에도 벽면  가득한 아이들의 낙서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모임에도 불구하고,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한장, 한장 읽다보면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이 메모의 주인공들을 한 번도 본 일은 없지만, 동네를 오가면서 한 번쯤 마주쳤을 수도 있는 '이웃'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라디오에서 아는 사람의 사연이 나올 때의 그런 짜릿한 느낌입니다.  메모를 읽다보면 우리동네 아이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집에 와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가 하는 점을 벽에 가득한 메모 속에서 발견할 때면 괜시리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인근에 있는 중학교 축구부 아이들이 큰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소식을 얻기도 합니다. TV나 신문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동네의 깨알같은 소식도 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장문의 메모가 하나 있길래 살짝 찍어 봤습니다. 



어느 날은 꽤 장문의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메모 속 주인공은 몸이 아픈 와중에 철이네 순대가 먹고 싶어서 왔는데 마침 쉬는 날이라 아쉬웠다는 내용입니다. 순대가 많이 먹고 싶었지만 다른 집 순대는 먹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참았고 철이네 떡볶이의 존재를 크게 느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달전 철이네 떡볶이가 한 참 문을 열지 못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한 참 문을 못 열었었는데요, 그 때 벽에 몸이 아파 당분간 장사를 하지 못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요, 동네에 있는 작은 떡볶이집이지만 오랜 세월 한 동네에서 장사를 한 탓인지 손님들에 대한 죄송함과 애정이 묻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집을 좋아하는 단골손님들도 이 안내문을 보면서 아주머니의 쾌차를 많이 빌었을 것 같습니다. 



떡볶이, 튀김, 순대 등 기본적인 메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떡볶이는 금방 만들 수 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입니다. 더구나 한 동네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다면 그 음식이 떡볶이인지 스테이크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 해서 철이네 떡볶이를 찾아간다고 합니다. 아주머니와도 얼굴을 알고 지낸다고 하네요. 앞으로 동네가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겠지만 이런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 오래오래 장수하며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떡볶이나 먹으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급 땡기네요. ㅋㅋㅋ